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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로 사라진 두레굿 축제의 공동체 정신

📑 목차

     

    • 두레굿 축제
    • 사라진 마을 축제
    • 농촌 공동체 문화
    • 지신밟기와 풍물
    • 도시화와 전통 소멸
    • 협동조합과 두레

     

    서론 

    한국의 농촌에서 두레는 일손을 모으는 조직이었고, 두레굿은 그 조직이 스스로를 다지는 의식이었다. 사람들은 모심이철과 김매기철에 함께 일하고 함께 먹으며, 굿판에서 규범을 확인하고 갈등을 풀었다. 그러나 도시화와 기계화는 두레의 필요를 약화했고, 축제의 현장은 관광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었다. 오늘의 사회는 사라진 두레굿에서 관계의 회복과 공공의 윤리를 다시 배울 수 있다.

    도시화로 사라진 두레굿 축제의 공동체 정신

    1. 두레의 탄생과 노동 공동체의 논리

    사람들은 물과 햇볕이 맞물리는 들녘에서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을 마주했다. 마을은 일손을 품앗이로 묶었고, 그 묶음이 곧 두레였다. 두레는 출자·노동·의사결정을 함께하는 생활 단위였다. 두레는 네 논과 내 논이 다르지 않다는 전제를 공유했고, 그 전제는 기근과 재해를 버티는 방패가 되었다.

    2. 두레굿의 구성과 절차 – 길굿·판굿·지신밟기

    사람들은 두레의 시작과 끝을 굿으로 선언했다. 길굿은 마을 어귀에서 논두렁까지 행렬을 이루는 의식이었다. 풍물패는 꽹과리·장구·북·징을 울렸고, 선두의 기수는 깃발로 길을 열었다. 판굿은 마당에서 펼쳐진 연희의 장이었다. 농악수는 진풀이로 원을 만들고, 상쇠는 장단으로 군무를 지휘했다. 지신밟기는 흙과 집터의 신을 달래는 절차였다. 사람들은 장단에 맞춰 집집마다 발을 디디며 복을 빌었다. 각 절차는 일을 위해 모인 사람이 함께 살기로 약속한 사람으로 변모하는 순간을 연출했다.

    3. 도시화가 두레를 해체한 경로

    산업화는 노동의 방식과 시간을 바꾸었다. 기계화는 논에 들어갈 인원을 줄였고, 비닐하우스와 농약은 작업의 동시성을 해체했다. 청년 이탈은 두레의 인력 기반을 약화했고, 현금 경제는 품앗이의 가치 계산을 뒤바꿨다. 행정 주도의 문화행사는 굿의 주체를 주민에서 외부 기획사로 이동시켰다. 그 결과, 사람들은 굿판을 구경거리로 소비했고, 공동체는 굿판을 자기 규범의 무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4. 도시화로 사라진 두레굿이 수행한 사회적 기능

    사람들은 굿판에서 규칙을 확인했다. 두레는 출석·분배·벌칙을 공개했고, 선후배 서열과 역할이 명료했다. 갈등은 풍물의 장단 속에서 화해 의례로 전환되었다. 잔반의 분배는 약자 우선 원칙을 따랐고, 술잔은 관계를 다지는 매개였다. 아이들은 굿판의 열기 속에서 마을의 일을 목격했고, 여성들은 음식·의복·제의 준비를 주도하며 실질적 운영을 떠받쳤다. 두레굿은 공동체 운영 매뉴얼이자 정서적 안전망이었다.

    5. 몸과 소리로 남은 현장성

    사람들은 장단에서 리듬을 맞췄다. 상모의 원은 밭고랑의 곡선을 닮았고, 발굿의 디딤은 모판의 박자를 옮겼다. 북의 무게는 어깨의 노동을 닮았고, 꽹과리의 날섞임은 논두렁의 햇빛처럼 번쩍였다. 이런 몸의 문법은 기록으로 완전히 옮겨지지 않는다. 현장은 소리·냄새·땀·먼지로 이루어졌고, 그 총체가 공동체의 기억을 각인했다.

    6. 사라짐 이후의 재현 – 진짜와 가짜의 경계

    사람들은 전통을 복원한다며 무대를 만든다. 그러나 무대는 종종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연출로 흐른다. 주민이 빠진 굿판은 관람물이고, 주민이 기획한 굿판은 자기 의례다. 두레굿의 본질은 화려한 상모가 아니라 참여의 구조다. 누가 결정하고, 누가 노동하고, 누가 먹고, 누가 말을 하는지가 곧 정체성이다. 재현은 이 구조를 되살릴 때에만 진짜가 된다.

    7. 현대적 전환 – 협동조합·주민자치와의 연결

    사람들은 두레의 원리를 협동조합과 주민자치에 이식할 수 있다. 마을은 공동 장비를 출자해 공유하고, 이용 규칙을 공개한다. 축제는 외주 공연보다 마을 노동의 축제화를 우선한다. 공동 텃밭·공유 부엌·돌봄 품앗이는 두레의 현대판이다. 굿판은 의사결정의 자리로 되돌아와야 한다. 의제 상정 → 토론 → 합의 → 선언을 장단과 함께 수행하면, 축제는 다시 사회의 엔진이 된다.

    8. 포용성과 젠더 – 새로운 두레의 조건

    사람들은 두레를 미화하지만, 과거의 두레에는 배제도 있었다. 여성의 의사결정 참여는 제한적이었고, 외부 이주민은 부차적이었다. 현대의 복원은 여성 대표·청년 대표·이주민 대표를 제의·운영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 의복·노동·연희의 역할을 성별 고정관념에서 풀어내면, 공동체는 더 강해진다. 두레의 핵심은 ‘모두 함께 일한다’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9. 교육과 기록 – 전승을 위한 실무

    사람들은 전승을 말하지만, 실무가 없으면 전승은 공허하다. 마을은 연중 교육 커리큘럼을 만든다.

    • 기술 교육: 장단·진풀이·상모·걸음 디딤.
    • 현장 노동: 모내기·김매기·수확의 협업 훈련.
    • 기록 아카이브: 참여자 명단·의사록·의상·도구의 목록화, 구술 채록, 소리·영상의 표준화.
    • 안전·윤리: 음주·화재·군중 관리, 저작권·초상권 동의서.
      이 체계를 갖추면 두레굿은 행사가 아니라 학습 시스템이 된다.

    10. 지속 가능한 복원 체크리스트

    사람들은 다음 항목을 점검하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1. 주체성: 기획 주도권을 주민에게 둔다.
    2. 공유재: 수익의 일정 비율을 공동 기금으로 환류한다.
    3. 연결성: 학교·농협·보건소와 연계해 돌봄·먹거리·건강 프로그램을 통합한다.
    4. 개방성: 외부 방문자는 손님이 아니라 참여자로 초대한다(퍼레이드 동선 참여, 합굿 체험).
    5. 환경성: 일회용품을 줄이고 로컬 식재료를 사용한다.
    6. 평가: 축제 후 설문·면담으로 관람 비율보다 참여 비율을 핵심 지표로 삼는다.

    11. 도시화로 사라진 두레굿이 주는 오늘의 메시지

    사람들은 효율의 시대에 관계를 잃었다. 두레굿은 효율보다 신뢰를 먼저 세웠고, 노동보다 사람을 먼저 세웠다. 우리가 다시 강한 사회를 원한다면, 사람은 신뢰를 재건해야 한다. 신뢰는 함께 일하고, 함께 먹고, 함께 결정하는 자리에서만 자란다. 두레굿은 그 자리를 만드는 기술이었다.

    결론 – 축제가 다시 헌법이 되는 순간

    사람들은 축제를 이벤트로 오해한다. 공동체는 축제를 헌법으로 사용해야 한다. 두레굿이 돌아오는 날, 마을은 다시 규범을 확인하고, 약속을 갱신하고, 갈등을 봉합한다. 도시화가 만든 고립은 축제의 형식을 빌려도 치유되지 않는다. 그러나 두레의 원리를 되살린 굿판은 사람을 다시 연결한다. 오늘의 사회가 두레굿을 복원할 때, 사람은 잊고 있던 말을 되찾는다. 우리 일은 우리 손으로. 그 한마디가 공동체의 심장을 다시 뛴다.

    도시화로 사라진 두레굿의 복원은 단순히 전통을 되살리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스스로를 다시 기억하는 과정이다. 산업화 이후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 속에 갇혀 살고 있지만, 두레굿은 함께 일하고 함께 노는 인간의 본능을 다시 깨운다. 흙을 밟으며 장단을 맞추는 행위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함께 존재한다는 선언이다.
    현대의 축제는 소비 중심으로 흐르지만, 진짜 두레굿은 관계 중심의 사회를 복원한다. 굿판에서 사람은 주인공이 아니라 동등한 참여자가 되고, 음악은 소리가 아니라 관계의 언어가 된다. 두레굿이 다시 살아난다면, 그 마을은 더 이상 고립된 행정단위가 아니다. 그것은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가 된다.
    결국 두레굿의 가치는 효율보다 인간의 온기를 회복하는 데 있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은 사람의 손과 마음이다. 그 마음이 이어질 때, 사라졌던 축제는 다시 공동체의 헌법으로 살아난다. 두레굿의 북소리는 결국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누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나요? 그 물음에 답할 수 있을 때, 진짜 축제는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