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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나가는 날 준비하던 바구니 엮기 풍경

📑 목차

    장터가 열리는 날이 가까워지면
    마을의 공기는 평소보다 조금 더 분주해졌다.
    장터에 갈 준비는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었고
    집집마다 장에 내놓을 물건을 정리하거나
    바구니·광주리를 손질하는 시간이 따로 필요했다.
    초겨울이나 이른 봄의 장터 준비는
    그 계절만의 차분한 기운 속에서 조심스럽게 이어지곤 했다.

    장에 가져갈 물건보다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바로 ‘바구니’였다.
    이 바구니들은 장터까지 들고 가는 동안
    물이 흐르거나 흔들림이 생겨도
    안전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엮는 과정 하나하나에 손이 많이 갔다.

    장터 나가는 날 준비하던 바구니 엮기 풍경

    바구니를 엮기 위해 우선
    마른 갈대나 줄기를 물에 적시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딱딱해진 갈대는
    그대로 사용하면 쉽게 갈라졌기 때문에
    물이 충분히 스며들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한동안 그대로 두었다.
    손끝으로 줄기를 눌러보면
    처음의 거친 감촉은 사라지고
    젖은 흙냄새 같은 촉촉한 향이 은근하게 배어 있었다.

    바구니 엮기는
    겉에서 보기에는 단순한 반복처럼 보이지만
    속도, 힘, 결을 모두 다르게 조절해야 했다.
    줄기를 한 줄, 두 줄 겹쳐가며 가로세로 교차시키면
    바닥의 형태가 잡혀갔다.
    바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어서
    처음부터 단단하게 다져야 했고
    줄기를 조금만 잘못 눌러도 모양이 틀어졌다.
    그래서 손끝의 감각은 언제나 집중되어 있었다.

    바구니의 옆면을 올리는 과정은
    또 다른 흐름을 만들었다.
    줄기를 안쪽·바깥쪽 번갈아가며 넘기면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주며 틀이 만들어졌다.
    줄기가 부드러워진 덕분에
    곡선이 자연스럽게 살아났고
    바구니는 어느새
    잡았을 때 손에 잘 맞는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엮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바구니의 성격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장터에 나갈 물건이 많을 때는
    큰 바구니가 필요했다.
    곡식을 조금이라도 더 담기 위해
    바닥을 넓게 잡고 옆면은 높게 세워
    흔들림에 견딜 수 있도록 결을 더 촘촘하게 엮었다.
    반대로 나물이나 마른 풀을 담는 작은 바구니는
    손목에 걸기 좋은 가벼운 무게로 만들어졌고
    안쪽 결은 부드럽게 마무리하며
    손이 다치지 않도록 처리했다.

    바구니를 엮는 동안 들리는 소리는
    정작 크지 않았다.
    줄기가 서로 스치는 살짝 마른 소리,
    묶음을 정리할 때 나는 짧은 바람 같은 소리 정도였고
    대부분의 시간이 조용한 집중 속에서 흘렀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는
    장터에 갈 준비가 점점 완성되어 간다는
    묘한 설렘이 함께 자리 잡았다.

    바구니가 다 만들어지면
    햇빛 아래에서 잠시 말려 마무리 작업을 했다.
    초겨울의 햇빛은 강하지 않았지만
    바구니 결을 안정시키기에는 충분했다.
    햇빛이 줄기 사이사이를 비추면
    미세한 결이 드러났고
    그 결은 하루 동안 이어진 손길의 흔적을 보여주었다.
    말리는 동안 바람이 바구니 속을 지나가며
    잔향을 털어냈고
    그 향은 마당 전체에 은은하게 퍼졌다.

    바구니 말리기가 끝난 뒤에는
    가장자리 마감 작업에 들어갔다.
    날카로운 줄기 끝을 안쪽으로 숨기거나
    작은 매듭을 만들어 고정하는 과정이었다.
    이 부분이 잘 되지 않으면
    장터에 가는 길에서 바구니가 쉽게 풀리기도 해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손끝에 힘을 조금 더 주면
    바구니는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장터 나가는 날 새벽이 되면
    완성된 바구니들은
    마당 한쪽에 조심스럽게 정렬되어 있었다.
    빛이 닿기 전의 바구니는
    더 짙은 갈색을 띠었고
    마침내 떠날 준비를 마친 듯 고요하게 놓여 있었다.
    그 앞에 놓인 마른 나물, 콩자루, 작은 짚신 묶음들은
    이 바구니에 실려 장터까지 같은 길을 걸어갈 물건들이었다.

    떠날 시간이 가까워지면
    바구니는 사람의 손에 들려 마당을 나섰다.
    장터가 가까워질수록
    길 위의 바람은 더 분명해졌고
    바구니에 담긴 것들은
    그 바람에 맞춰 조용히 흔들렸다.
    이 흔들림은
    한 해 동안의 수고와 준비가
    장터에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작은 시작처럼 느껴졌다.

    장터 나가는 날을 위한 바구니 엮기는
    단순한 준비가 아니라
    계절의 흐름과 삶의 리듬을 이어주는
    중요한 생활 풍경이었다.
    손끝에서 만들어진 바구니 하나가
    한 집의 노동과 일상의 의미를 담아
    장터까지 길게 이어지던 전통은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