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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목동들이 여름에 이어가던 소 먹이 갈대 베기

📑 목차

     

     

     

    여름이 깊어지면 마을의 강가와 습지는 색이 더욱 짙어졌다.
    갈대는 햇빛을 품으며 빠르게 자랐고,
    바람이 불 때마다 줄기 사이에서 서걱서걱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마을 사람들은 이 계절을 지나기 위해
    소에게 줄 먹이를 준비해야 했다.
    그중에서도 여름 갈대 베기는
    목동들이 중심이 되어 이어지던 중요한 일과였다.


    마을 목동들이 여름에 이어가던 소 먹이 갈대 베기


    갈대가 무성하게 자란 강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습기와 풀냄새였다.
    흙은 낮 동안 햇빛을 받아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고,
    갈대 사이로는 얇은 바람이 흐르며
    볕과 그늘이 번갈아 나타났다.
    목동들은 도구를 어깨에 걸친 채
    자연스레 움직이며 갈대밭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갈대는 눈으로 보기엔 가볍고 부드러워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잡아보면
    줄기마다 단단한 결이 있었다.
    목동들은 갈대의 높이와 굵기를 살핀 뒤
    베기에 알맞은 자리부터 천천히 손을 대기 시작했다.
    낫이 갈대를 스치는 순간
    짧고 미묘한 소리가 났고
    그 소리가 반복될수록
    갈대밭은 서서히 모습이 바뀌었다.

     

    햇빛이 갈대 끝을 비추면
    줄기마다 은색 빛이 잠시 머물렀다 사라졌다.
    이 빛의 변화는
    갈대를 베는 손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조절해 주었다.
    목동들은 무리해서 베지 않았고
    줄기가 쓰러지는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다음 갈대를 향해 손을 옮겼다.
    한 번 베어낸 자리는 금세 햇빛이 스며들며
    초여름의 따뜻한 공기가 그 공간을 채웠다.

     

    작업이 진행될수록
    갈대 더미는 한쪽에 쌓여 갔다.
    베어낸 갈대를 모아 묶는 일은
    베는 일만큼 중요한 과정이었다.
    갈대는 가볍지만 양이 많으면 부피가 크기 때문에
    단단하게 묶어야만
    소들이 먹기 좋게 보관할 수 있었다.
    목동들은 갈대 묶음의 밑부분을 정리해
    균형 있게 쌓이도록 손을 모았다.

     

    갈대밭 한쪽에서는
    짧은 대나무가 바람을 타며 흔들렸다.
    그때마다 들리는 미세한 소리가
    갈대 베기 작업의 배경음처럼 이어졌다.
    목동들은 이 소리를 들으며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다.
    한낮의 햇빛이 뜨거웠지만
    갈대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뺨을 식히기에 충분했다.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
    목동들은 갈대밭 바깥쪽으로 걸어 나와
    잘린 자리를 바라보았다.
    바람은 여전히 갈대 사이를 지나가며
    규칙적인 흔들림을 만들고 있었고,
    베어낸 공간은 들판과 강가를 한층 더 넓게 드러내고 있었다.
    갈대가 낮아진 자리에서는
    물빛이 더 선명하게 보였고
    물결은 햇빛을 머금어
    여름 낮만의 고요한 패턴을 만들어냈다.

     

    잠시 쉬는 동안
    목동들은 갈대 더미에 걸터앉아
    물을 마시거나
    작업에 사용한 도구를 점검했다.
    낫의 날을 확인하고 손잡이를 고쳐 잡는 일은
    다음 작업을 부드럽게 이어가기 위한 준비였다.
    쉬는 시간 동안에도
    갈대밭에서는 작은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바람, 곤충, 물결이 만들어내는 소리들은
    여름 들판이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들렸다.

     

    쉬는 시간이 끝나면
    목동들은 다시 갈대밭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햇빛은 점점 기울어
    갈대 끝에 노란 빛을 더했다.
    이 슬며시 바뀌는 빛의 온도는
    작업의 흐름에도 조금씩 변화를 주었다.
    낮에 비해 속도는 느려졌고
    베어낸 갈대는 더 부드럽게 떨어졌다.
    저녁빛이 비치는 갈대밭은
    한낮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띠었다.

     

    갈대 베기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었다.
    소를 기르던 마을에게는
    여름을 지나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다.
    베어낸 갈대는 말려서 겨울 먹이로 쓰이기도 했고
    집의 작은 틈을 막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그래서 목동들은
    갈대 한 줄기라도 허투루 다루지 않았다.
    작업을 끝내고 돌아서는 길에
    목동들은 갈대냄새가 묻은 손을 털어냈고
    그 냄새는 해가 질 때까지
    은근하게 남아 있었다.

     

    갈대밭을 떠나 멀어질수록
    해는 서서히 강가 너머로 기울었다.
    작업이 끝난 자리에는
    베어낸 걸음과 묶어둔 갈대 더미가 남아 있어
    하루 동안의 움직임을 조용히 기록하고 있었다.
    바람은 여전히 갈대 사이를 오가며
    저녁의 기운을 들판으로 불어넣었고
    목동들은 그 사이를 지나며
    오늘의 일을 자연스럽게 마무리했다.

     

    여름에 이어지던 갈대 베기 풍경은
    지금은 쉽게 볼 수 없지만
    갈대와 들판, 강가와 바람이 함께 만들어낸
    마을만의 생활 리듬이 담겨 있었다.
    조용하면서도 단단한 이 하루의 기록은
    여름 농경 문화의 한 부분으로 오래 남아
    그 시절 사람들의 손끝과 호흡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