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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깊어지면 마을은 자연스레 조용해졌지만, 집집마다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중에서도 새끼줄을 꼬아 초가지붕을 손보는 일은 겨울철을 보내기 위한 중요한 준비였다.
바람이 센 계절에는 지붕을 눌러주는 짚끈이 특히 필요했고, 눈이 쌓이는 날이면 새끼줄의 단단함이 집을 지키는 힘이 되었다.
이른 아침이면 마당 한쪽에 볏짚이 차곡히 모여 있었다.
가을 추수가 끝나고 건조해둔 짚들은 겨울이 되면 다른 쓰임을 찾았다.
가볍게 부서질 듯 보이는 짚 한 단이지만, 사람이 손으로 정성껏 비비고 꼬면 지붕을 묶고 바람을 견디는 강한 끈이 되었다.
이 변화는 늘 신기했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겨울 마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볏짚은 손에 닿으면 서늘했고, 결마다 가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먼저 짚을 풀어 가닥을 곧게 펴고, 결이 서로 잘 맞도록 정리했다.
짚을 그대로 꼬면 쉽게 부러지기 때문에 손바닥으로 살짝 적셔가며 부드럽게 만들었다.
짚은 물기를 머금으면 바로 다른 질감으로 바뀌었고, 꼬임을 훨씬 잘 따라왔다.
새끼줄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손의 힘과 리듬이었다.
두 가닥 이상의 짚을 겹쳐 잡고 일정한 방향으로 틀어주면, 자연스럽게 단단하게 엮여 나갔다.
손이 움직일 때마다 짚 사이에서 은근한 소리가 났고, 마당의 고요한 공기 속에서 그 소리는 오래 들렸다.
겨울 햇빛이 낮게 비칠 때면, 손등에 드리워진 빛과 짚의 색이 나란히 이어져 마당 전체가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른들은 줄 꼬기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했고, 그 사이사이에는 짧은 숨소리만 들렸다.
장작 타는 냄새가 먼 곳에서 날아오면 손의 움직임은 느려졌다 다시 빨라졌다.
겨울 마당은 고요했지만, 그 안에서 이어지는 작은 리듬들은 마을의 하루를 자연스럽게 채웠다.
줄이 어느 정도 길어지면 이를 바닥에 펼쳐 길이를 맞췄고, 약한 부분이 없는지 손으로 눌러 확인했다.
짚의 단단함은 손바닥에 그대로 전해졌고, 잘 꼬인 줄은 건조한 겨울 공기에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끼줄은 지붕 장식과 고정작업에 가장 먼저 쓰였다.
초가지붕 아래쪽을 살펴보면 가을과 초겨울 동안 불어온 바람에 풀린 자리들이 있었다.
지붕은 멀리서 보면 단단해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손길이 필요한 틈이 항상 있었다.
사람들은 새끼줄을 지붕 아래에 넣어 바람에 들리지 않도록 묶었고, 때로는 낡은 부분을 찾아 새 줄로 교체했다.
짚을 손으로 다루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작업이 끝나면 지붕 전체가 훨씬 단정해 보였다.
지붕 위를 지나가는 겨울바람도 한결 부드럽게 흘러가는 느낌이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겨울을 잘 견딜 준비가 마무리된 듯한 안정감을 주었다.
아이들은 마당 한편에서 짚을 따라 작은 고리나 장식품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짚 특유의 향기와 손 끝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아이들에겐 새로운 장난감처럼 느껴졌고,
작은 고리를 완성하면 스스로 뿌듯해하며 마루에 걸어두기도 했다.
겨울의 짧은 햇빛이 아이들 손끝과 짚 결 사이에 스며들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해가 짧게 기울기 시작하면 마당의 그림자는 길어졌다.
겨울 저녁의 공기는 한층 더 차가웠지만, 새끼줄을 꼬던 손은 쉽게 식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짚 한 단이 모두 줄로 완성되면, 그제서야 사람들은 손에 묻은 가루를 털어냈다.
작업을 끝낸 뒤 마루에 걸린 줄을 바라보면, 그 질감은 겨울 내내 집을 지켜줄 든든한 모습이었다.
겨울 철 새끼줄 꼬기와 지붕 손보기는 단순히 집을 관리하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계절을 넘기려는 마을의 마음, 보고 배워 이어온 기술,
그리고 눈이 쌓일 날을 대비해 서로 돕던 조용한 협력의 정신이 담겨 있었다.
이 겨울의 풍경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오래된 마을의 기억 안에서 잔잔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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