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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앞 군고구마 잔치

📑 목차

    아궁이 앞에서는 겨울의 기운이 천천히 퍼졌다.
    아궁이 안쪽에서는 불씨가 잦아들다 다시 살아나는 움직임을 반복했고, 그때마다 고요했던 방 안에 따뜻한 온기가 번져나갔다. 불길이 나무의 결을 태우는 동안 아궁이 앞은 자연스럽게 작은 잔치 공간이 되었다. 고구마를 하나씩 꺼내 불가 근처에 두면 껍질이 은은하게 갈색을 띠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겨울이 만들어주는 풍경 중 하나였다.

    군고구마 냄새는 아궁이 밖으로 천천히 퍼져나갔다.
    불과 연기가 섞여 만들어낸 고유의 향기는 단순한 음식 냄새가 아니라 겨울날의 공기에 스며드는 온기와도 같았다. 아궁이 속에서 나오는 열기는 벽과 기둥에 스치며 따뜻한 결을 남겼고, 그 여운이 집 안 곳곳을 채웠다. 불길이 크게 움직일 때면 그 열기가 조금 더 강하게 다가왔고, 잔잔해질 때면 고구마 속의 당도도 서서히 올라갔다.

    고구마가 익어가는 과정은 조용했지만 뚜렷하게 느껴졌다.
    손으로 살짝 눌러보면 껍질 아래로 밀도 있는 부드러움이 전해졌고, 아궁이 열기를 머금은 고구마는 천천히 형태를 잡아갔다. 겉껍질이 은근한 갈색으로 변하며 표면이 찢어질 듯 말 듯한 순간이 오면, 속살은 이미 충분히 익어 있었다는 신호였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겨울의 향이 가득 담긴 듯한 모습이었다.

    아궁이 앞 군고구마 잔치

    아궁이 주변 바닥에는 나무 재가 얇게 고여 있었다.
    재는 빛을 받으면 하얗게, 그림자가 드리우면 약간 누런빛이 돌았다. 손으로 건드리면 바람처럼 가볍게 흩어졌다. 이 재는 고구마가 익는 동안 바닥을 따뜻하게 유지해 주는 보조 온기 같은 존재였다. 주변의 공기도 재와 불길이 만들어내는 잔향을 품고 있었고, 그 공기는 겨울날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기운을 담고 있었다.

    고구마를 꺼내는 순간의 풍경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뜨거운 고구마를 조심스레 꺼내면, 표면에서 아주 작은 김이 오르며 공기 중으로 퍼졌다. 김이 퍼지는 궤적은 빠르지 않았고, 겨울의 차가운 바람과 만나면서 곧 사라졌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이 가진 따뜻함은 주변 공간의 분위기를 순간적으로 부드럽게 만들었다.

    고구마를 반으로 나누면
    속살은 깊은 노란빛을 띠었다.
    빛이 조금만 비쳐도 고구마 자체가 은은하게 반짝이는 느낌이 들었고, 그 속에는 겨울의 풍미가 응축된 듯한 농도가 담겨 있었다. 고구마의 향은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느껴졌고, 그 향은 불에 구운 음식만이 가지는 풍부한 온기를 가지고 있었다.

    아궁이 앞에서 고구마가 익어가는 동안
    시간은 거칠게 흐르지 않았다.
    불씨가 천천히 타오르고, 굽고 있는 고구마가 익어갈 때까지의 흐름은 계절의 속도에 맞춰 이어졌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아궁이 안쪽의 불길도 얌전해지고, 고구마 표면의 색은 점점 더 깊어졌다. 이 과정 전체가 겨울날만 볼 수 있는 잔치의 장면이었다.

    불길이 잦아든 뒤에도
    아궁이 앞의 열기는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나무가 완전히 타고 남은 재가 만든 잔열은 고구마 하나의 크기만큼이나 소박했지만, 겨울날에는 그 온기 하나가 긴 시간을 따뜻하게 지탱해 주었다. 아궁이 앞은 그 온기를 품은 채 하루를 마무리했고, 고구마 잔치는 그렇게 조용하게 끝났다.

    군고구마 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아궁이 위쪽으로 올라간 연기가 천천히 흩어지고 난 뒤에도
    공기 속에는 달큰한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이 향은 겨울날의 고요한 순간을 오래 기억에 남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고구마가 익던 열기, 아궁이 앞의 잔열, 그리고 공기에 남은 향까지 모두 하나의 풍경처럼 이어졌다.

    아궁이 앞 군고구마 잔치는
    크게 요란한 움직임 없이
    불과 열기, 향과 색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겨울의 작은 축제였다.
    그 축제는 계절이 지나도 오래도록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겨울 풍경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