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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모내기는 우리 농촌에서 봄마다 이어지던 중요한 농경 행사로, 들판의 노래와 함께 진행되던 전통 작업이다.
봄이 깊어가면
들판은 겨울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고
촉촉한 흙냄새로 가득해졌다.
이 시기에는 손모내기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물길이 논에 고르게 퍼지고
햇빛이 땅 위에서 부드럽게 반사되면
모내기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날이 찾아온 것처럼 보였다.
논두렁에는
작고 푸른 모가 가지런히 묶여 있었다.
손에 잡으면 물기를 머금은 모는
차갑지 않게 촉촉했고,
줄기를 따라 퍼지는 초록빛은
봄의 기운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들판 한가운데에서는
사람들이 줄을 맞춰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풍경은 오래된 장면처럼 평온했다.

손모내기는
여러 사람이 한 줄로 서서
동시에 움직이며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한 사람이 모를 꽂으면
그 옆에서 다른 사람이 바로 이어받는 식이었다.
움직임은 빠르지 않았지만
서로의 리듬이 맞아야
모가 곧고 곱게 심어졌다.
이 흐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들판에 퍼지는 일노래는
작업의 중심이자
사람들의 발걸음을 맞추는 장단이었다.
노래는 길거나 어렵지 않았고,
단순한 구절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러운 박자를 만들어냈다.
소리가 올라가야 할 때는
모를 든 손이 힘을 받고,
소리가 내려갈 때는
몸의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노래가 만들어주는 리듬은
손모내기의 숨결 같은 역할을 했다.
물 위로 울리는 노래는
들판 전체를 감싸주었다.
논물은 사람들의 발 아래에서 흔들렸고
그 위로 반사된 햇빛은
노래의 흐름을 따라 반짝였다.
때로는 바람이 노래를 멀리 가져가
라인의 끝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희미해졌지만
곧 다른 사람이 그 빈 공간을 채웠다.
이 작은 호흡들이 모여
들판 가득 살아 있는 장단을 만들었다.
모를 심을 때
손끝에 닿는 흙의 감촉은
따뜻함과 차가움이 함께 있었다.
땅의 온기는 손바닥으로 전해졌고
물 위에 비친 하늘빛은
작업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아이들은 논둑에 앉아
어른들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고,
그 모습이 들판 풍경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었다.
한 줄의 모가 완성되면
사람들은 잠시 고개를 들어
자신들이 걷고 온 길을 바라보았다.
물결 위로 가지런히 서 있는 초록빛은
봄바람에 흔들렸고
그 흔들림은 마치
노래의 마지막 박자처럼 보였다.
들판은 소박했지만
그 속에서 이어지는 흐름은
누구나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리듬이었다.
해가 조금씩 내려앉으면
들판의 노래도 점점 느려졌다.
일노래의 속도는
날씨와 빛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했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저녁의 기운을 따라 차분해졌다.
조금 전까지 물결 위로 흩어지던 목소리는
바람 속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하루의 일이 끝나고
사람들이 논에서 빠져나오면
그들의 뒤에는
새로 심은 모가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봄밤의 바람이 그 사이를 스치면
초록빛은 가볍게 흔들렸고
그 움직임은
낮 동안 들판에 울렸던 노래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손모내기하며 부르던 들판의 노래는
단순한 작업 노래가 아니라
계절을 함께 맞이하던 사람들의 호흡이었다.
흙, 물, 바람, 햇빛, 그리고 목소리가
한 장면 안에서 이어져
봄을 여는 들판의 풍경을 완성시켰다.
오늘날에는 기계 모내기가 일반적이지만, 손모내기와 일노래는 과거 농촌 공동체의 협동과 계절의 흐름을 이해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료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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