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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 뒤편은 늘 조용했다.
사람들이 오가는 마당과는 달리
이쪽은 바람이 천천히 지나가고
햇빛도 지붕의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떨어졌다.
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지만
빛이 스며드는 부분에서는
나무결이 선명하게 드러나
장작을 고르기 좋은 자리였다.

장작을 고르는 일은
날씨와 계절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지만
오후의 시간대가 가장 적당했다.
햇빛이 나무의 결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습기 여부도 금세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른 장작은 손에 들었을 때
가벼우면서도 속이 단단한 느낌이 있었고,
겉면을 살짝 두드리면
묵직하지만 깔끔하게 울렸다.
이 작은 감각들이 쌓여
겨울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장작을 고르게 했다.
초가 뒤편에 쌓여 있던 나무들은
크기와 모양이 각각 달라
우선 비슷한 길이부터 골라내야 했다.
길이가 제각각이면
쌓아 올릴 때 균형을 잡기 어렵고
비가 내렸을 때
물길이 장작 사이로 빠르게 스며들어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먼저
똑같지는 않더라도
대략 비슷한 길이의 나무들을 한쪽으로 모아 두었다.
나무를 옮길 때
솔가루나 작은 조각이 손끝에 묻었지만
그 질감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무가 지닌 생명의 흔적처럼 느껴져
손끝에서 사라지지 않는 감촉을 남겼다.
한 번 들었을 때 무게가 균형 있게 느껴지면
그 장작은 잘 마른 것이었고
불을 붙였을 때 오래 타는 특징이 있었다.
이런 장작들은 자연스럽게
쌓음의 첫 줄을 맡았다.
쌓기 작업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섬세한 과정이었다.
바닥의 기울기를 먼저 살핀 뒤
기초가 흔들리지 않도록
두툼한 장작을 밑에 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
작은 장작을 교차하듯 하나씩 올려
공기가 잘 통하게 만들었다.
장작 사이에 바람이 드나들어야
습기가 남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나무가 잘 마르는 법이었다.
쌓여가는 장작더미는
오후 햇빛에 드러난 나무결과 함께
조용한 풍경을 만들었다.
빛은 나무의 옅은 갈색을 강조했고
그늘 속에 있는 조각들은
짙은 톤을 띠며 대비를 이루었다.
그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오래 바라보면
장작더미가 하나의 결을 이루고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작업 중간에
바람이 살짝 불면
뒤편에 매달린 지푸라기나
초가의 밑단이 가볍게 흔들렸다.
그 바람소리는 조용했지만
오후의 시간을 안정시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사람들은 잠시 손을 멈추고
그 바람의 흐름을 느끼며
다음 장작을 어디에 둘지 생각했다.
이 일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았다.
천천히 골라 쌓아야
전체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장작을 다루다 보면
옛날에 쓴 흔적이 있는 나무들도 보였다.
한쪽 끝이 살짝 탄 자국이 남은 장작이나
가지의 결이 특이하게 휘어진 조각 등
각기 다른 사연이 담겨 있는 듯한 나무가 섞여 있었다.
그런 장작들은
불을 붙였을 때 모양이 달라
어른들은 구분해 쌓아두기도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장작더미는 그림자를 길게 끌며
뒤편 공간을 한층 깊게 만들었다.
그늘이 넓어지면
작업은 자연스레 속도를 늦춰 갔다.
빛의 방향이 바뀌면
나무의 결도 다르게 보여
마지막 정리를 하기에 더 적합한 시간이었다.
이때는 쌓은 장작이 흔들리지 않는지
어디가 너무 높거나 낮지 않은지
천천히 살펴보았다.
모든 장작을 쌓고 나면
뒤편은 처음과 달리
정돈된 선과 울퉁불퉁한 질감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바람이 스치며
장작 사이에서 나는 작은 소리와
초가 지붕을 흔드는 미세한 진동이
공간의 깊이를 더했다.
손끝에 남은 나무껍질의 먼지는
오늘의 작업을 조용히 기록하는 흔적처럼 보였다.
초가집 뒤편에서 장작을 골라 쌓던 오후는
큰 소리도, 급한 움직임도 없지만
한 계절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잘 고른 장작은
겨울이 와도 불길을 오래 유지했고
집 안을 따뜻하게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작업을 마치고 뒤돌아보면
장작더미가 만들어낸 부드러운 곡선과
그 뒤로 흐르는 햇빛의 잔향이
오랫동안 눈에 남았다.
이날의 풍경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집과 계절, 그리고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장작을 쌓아 놓는 일만으로도
앞으로 지나갈 계절을 대비하는 마음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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