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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에서 아이들 웃음이 모이던 한낮

📑 목차

     



    한낮의 햇빛이 사랑채 앞마당까지 깊숙이 스며들던 날이면
    집 안은 유난히 따뜻한 분위기로 채워졌다.
    바람은 느슨했고,
    지붕 아래 드리워진 그늘도 부드럽게 흔들릴 뿐이었다.
    그런 날의 사랑채는
    아이들의 웃음이 머물기 좋은 자리였다.

    사랑채 마루는 넓지 않았지만
    몇 명이 둘러앉아도 불편함이 없을 만큼
    정갈하고 단단하게 다져진 공간이었다.
    발을 올리면 나무결이 온기를 품고 있어
    금세 편안한 기운이 돌았다.
    아이들은 그 위에 엎드리거나
    다리를 흔들며 옹기종기 모여들었고
    한낮의 빛은 그 모습을 환하게 비췄다.

    사랑채에서 아이들 웃음이 모이던 한낮

     

    사랑채에서 들리던 웃음은
    결코 큰 소리가 아니었다.
    자잘하게 흘러나오는 말,
    누군가 장난을 치며 나누던 작고 빠른 웃음,
    서로 얼굴을 들여다보며 나누는 속삭임들이
    따뜻한 햇빛과 섞여
    사랑채 전부를 한결 밝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마루 끝에 놓인 작은 장난감을 가지고
    한참 동안 놀았다.
    조각 나무를 이어 붙여
    작은 다리를 만들기도 하고,
    어른들이 버려 둔 대나무 조각을 모아
    간이 활이나 장난감 배를 만들기도 했다.
    무엇을 만들든
    그 과정에서 오가는 말과 서툰 손동작들은
    사랑채에 흐르는 고요를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소박한 활기를 더했다.

    때로는 놀잇감이 없어도
    아이들은 마루만으로 충분한 시간을 만들었다.
    기둥 사이를 돌아다니며 숨바꼭질을 하거나
    햇빛이 비치는 방향을 따라가며
    손그림자를 만들어 놀았다.
    평범한 움직임들이었지만
    아이들은 그것만으로 한참 동안 즐거워했다.

    사랑채 앞마당의 흙길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놀이터였다.
    마루에서 뛰어내려
    흙을 고르게 정리하거나
    작은 돌멩이를 주워 모아
    집 모양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돌연 조용해지면
    모두 마루로 다시 모여
    이야기를 이어 가곤 했다.
    그 흐름에는 규칙이 없었지만
    그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한낮의 시간과 잘 어울렸다.

    사랑채 기둥은
    아이들에게 기대어 쉬는 자리가 되었다.
    한 명이 기둥에 등을 붙이면
    금세 다른 아이들이 따라와
    옆에 붙어 앉았다.
    기둥은 오래된 나무라
    표면이 매끄럽고
    햇빛을 받은 부분은 따뜻했다.
    아이들은 그 온기에 기대어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며
    다음 놀이를 고민하곤 했다.

    사랑채 안에서는
    어른들의 발걸음 소리가
    가끔씩 들렸다.
    새참을 준비하는 소리,
    부엌에서 들려오는 찬장의 미세한 떨림,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말소리들.
    이런 소리들은 아이들이 놀던 분위기를 깨지 않았고
    오히려 집 전체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편안함을 더해 주었다.

    어른 한 명이
    아이들 곁에 잠시 앉아
    마루를 쓸어주거나
    흩어진 나무 조각을 모아 한쪽에 놓아주면
    아이들은 흐트러진 장난감을 정리하기도 했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사랑채의 분위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은
    조용한 질서 같았다.

    바람이 잠시 세져
    마루 끝의 종이가 살짝 흔들리면
    아이들은 고개를 들어
    종이 그림자의 흔들림을 바라보았다.
    그 움직임을 따라
    새로운 놀이가 시작되기도 했다.
    아이들 눈에는
    사소한 변화조차
    놀 거리로 보였기 때문에
    사랑채는 끊임없이 의미가 바뀌는 공간이 되었다.

    한낮이 기울어 갈 때쯤
    아이들은 서서히 움직임을 멈췄다.
    웃음이 줄어들며
    잔잔한 숨소리만이 남고,
    마루 위에 남은 따뜻한 기운이
    그들의 몸을 편안하게 감싸주었다.
    특별한 일 없이 보낸 시간이지만
    그 안에는 서로의 온기와
    집의 분위기를 느끼는 조용한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해가 조금 더 기울면
    아이들은 하나둘 일어나
    집 안으로 들어가거나
    마당으로 향했다.
    사랑채는 다시 고요해졌지만
    아이들의 웃음이 남긴 잔향은
    마루의 결 사이에 조용히 머물러
    따뜻한 한낮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했다.

    사랑채에서 아이들 웃음이 모이던 한낮의 풍경은
    크게 드러나는 사건 없이도
    오래 마음에 남는 장면이었다.
    햇빛, 나무, 흙, 바람, 그리고 웃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조용한 집의 하루를 완성하던 시간.
    그 평온한 흐름은
    지금은 보기 어려운 풍경이지만
    한때 우리 일상 곳곳에 있었던
    소중한 생활의 한 조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