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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 아래 대청마루를 정리하던 아침

📑 목차

     



    대청마루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집안 분위기를 가장 먼저 바꾸는 자리였다.
    문을 살짝만 열어도 바람이 그대로 스며들었고,
    햇빛은 대청의 나무결을 따라 부드럽게 번졌다.
    특히 봄이 머물기 시작한 어느 아침,
    대청마루를 정리하는 일은
    그 계절의 첫 숨결을 만지는 일처럼 느껴졌다.

    마루에 앉으면
    밤사이 내려앉은 차가운 기운이 아직 조금 남아 있었지만
    곧 햇빛이 나무바닥 위로 번지며
    온도가 천천히 올라갔다.
    바깥에서는 새소리가 길게 이어졌고
    대청 아래로 보이는 마당 역시
    조용한 움직임을 준비하듯 고요했다.

    봄 햇살 아래 대청마루를 정리하던 아침


    정리를 시작하기 위해 먼저
    대청의 한쪽에 놓여 있던 작은 소품들을 옮겼다.
    대야, 대자리, 작은 다과상, 겨울 동안 접어두었던 덧신까지
    한데 모아 놓으니
    마루가 갑자기 넓어진 것처럼 보였다.
    정리를 시작하기 전 이 빈 공간은
    봄을 맞이하는 마음을 잠시 돌아보게 만드는
    작은 여백 같은 느낌을 주었다.

    마루의 나무는
    긴 겨울 동안 찬 공기를 견디며
    약간 거친 촉감을 띠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가볍게 문지르면
    나무결의 방향이 분명하게 느껴졌고
    그 사이사이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일은
    자연스럽게 손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부드러운 솔로 마루를 쓸다 보면
    겨울 내내 잠들어 있던 나무의 결이
    조금씩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대청의 기둥도 살펴보았다.
    곳곳에 햇빛이 닿아
    기둥은 온기를 가득 품고 있었고
    그 온기는
    마루 전체를 편안하게 감싸주는 듯했다.
    기둥을 따라 손을 쓸어내리면
    가벼운 먼지가 손끝에 묻었는데
    그조차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정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마루 위에 펼쳐둔 대자리를 들어 바깥으로 내어놨다.
    햇빛을 받은 대자리는 금세 온도가 올라갔고
    살짝 흔들기만 해도 오래된 먼지가 고요하게 흩어졌다.
    대청 앞마당 위로 떨어지는 먼지들은
    햇빛을 받아 가늘게 반짝였고
    그 모습은 봄날 아침의 공기 속에서
    작은 티끌 하나까지 살아 움직이는 듯 보였다.

    마루 바닥을 촉촉한 걸레로 닦기 시작하면
    깨끗해진 표면 위로
    반사되는 빛이 조금씩 넓어졌다.
    나무결 사이에 스며 있던 겨울의 차가움이 사라지고
    부드럽고 따뜻한 결이 드러났다.
    마루를 닦고 손을 들어 바람을 느끼면
    물기가 아주 빠르게 마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봄의 바람은
    춥지 않게 부드러웠고
    정리하는 사람의 호흡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한동안 마루를 비워두자
    마루 아래 그림자가 길어진 것처럼 보였다.
    마당의 모습이 그대로 대청 안으로 스며들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문턱 아래의 빛이 흔들렸다.
    이 순간만큼은
    정리하는 일조차 자연의 일부가 되는 듯했다.

    정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바깥에서 들려오는 작은 움직임이
    마루 안쪽으로 부드럽게 이어졌다.
    먼 산에서 불어온 바람은
    대청 앞을 지나며 잠시 머물렀고
    문틀 사이로 지나가는 햇빛은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옮겨 두었던 소품들을
    하나둘 본래 자리로 다시 놓기 시작했다.
    대야는 대청 옆으로,
    작은 다과상은 햇빛이 너무 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겨울 동안 보관했던 덧신은
    대청 뒤쪽 벽에 가지런히 세워두었다.
    모든 물건의 자리가
    조금 더 가벼워진 듯 보였다.

    정리가 완전히 끝난 뒤
    마루 끝에 앉아 잠시 바깥을 바라보면
    아침의 햇빛은 이미 한층 높아져 있었다.
    바람은 대나무 잎 사이를 지나며 작은 소리를 냈고
    그 소리는
    깨끗해진 마루 위로 은은하게 스며들었다.
    이 조용한 움직임 속에서
    집 안은 새 계절을 맞을 준비를 마친 듯 보였다.

    대청마루를 정리하던 아침은
    크게 특별한 일이 아니었지만
    마루와 기둥, 바람과 빛이
    함께 움직이며 만들어낸
    집 안의 작은 의식 같은 시간이었다.
    정리가 끝난 뒤 남은 여백은
    봄을 어떻게 맞이할지 묵묵히 알려주는 듯했고
    그 풍경은 오래된 집이 가진 정서와
    계절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