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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한쪽에서 새끼줄을 꼬아 만들던 날

📑 목차

     



    마당은 계절과 상관없이 늘 무언가가 시작되는 자리였다.
    특히 새끼줄을 꼬아 만들어야 하는 날이면
    마당 한쪽은 조용한 긴장감과 작은 손놀림들이 모여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바람은 크게 불지 않았지만
    짚냄새가 공기를 따라 부드럽게 흩어졌고
    햇빛은 마당의 한쪽 벽면을 타고 내려와
    작업을 하기 좋은 온도를 만들어 주었다.

    새끼줄을 만들기 위해 가져온 짚단은
    아직 햇볕이 남아 있는 듯 따뜻했다.
    짚을 손으로 쥐면
    가볍게 들어가는 힘에 따라
    결이 미세하게 갈라지는 느낌이 전해졌다.
    짚이 부서지지 않도록
    천천히 풀어내는 과정은
    새끼줄을 만드는 첫 단계였다.

    마당 한쪽에서 새끼줄을 꼬아 만들던 날


    짚을 꼬기 시작하는 순간
    마당의 소리는 더 잔잔해졌다.
    짚이 서로 얽히며 만들어내는 마찰음은
    크지 않지만 분명한 존재감을 가졌다.
    이 소리는 작업하는 사람의 손끝과
    짚의 상태가 얼마나 잘 맞는지 알려주는
    묘한 신호처럼 들렸다.

    새끼줄을 꼬는 방식은
    복잡해 보이지 않았지만
    오래 쌓인 경험이 필요한 일이었다.
    짚을 일정한 간격으로 나누고
    두 갈래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뒤
    반대 방향으로 힘을 주며 돌려야
    줄이 일정한 두께를 갖추게 된다.
    조금이라도 힘이 어긋나면
    줄은 쉽게 풀렸고
    그 순간에는 다시 처음부터
    결을 정리해야 했다.

    마당 가장자리에는
    줄을 감을 준비를 해놓은 작은 막대가
    땅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줄이 어느 정도 길어지면
    그 막대에 감아
    작업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햇빛을 머금은 짚은
    줄로 꼬일수록 색이 더 선명해졌고
    마당의 바닥은 짚에서 떨어진 작은 조각들로
    금세 가볍게 흩어졌다.

    줄을 꼬는 동안
    바람이 지나가면 짚단의 끝이 흔들렸다.
    그 움직임을 보면
    바람의 세기를 짐작할 수 있었고
    줄을 조금 더 촘촘히 꼬아야 하는지
    느슨하게 맞춰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은 손의 감각만이 아니라
    마당의 공기까지 함께 읽어야 했다.

    새끼줄을 만드는 일은
    누군가 혼자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둘이서 함께 움직이면
    작업 속도가 훨씬 부드러웠다.
    한 사람은 짚을 고르고
    다른 사람은 꼬아진 줄을 받아
    길이를 유지해 주었다.
    가끔은 짚을 고르던 사람이
    작게 한숨을 쉬며
    멍울진 부분을 풀어내기도 했고
    그 짧은 틈에도
    마당은 그대로 고요하게 이어졌다.

    줄이 길어질수록
    그 무게도 조금씩 달라졌다.
    긴 줄을 들어 올리면
    손끝에 약간의 힘이 실렸고
    그 줄이 바닥에 닿을 때
    무겁지 않은 소리가 들렸다.
    따뜻한 햇빛 아래 놓인 줄은
    마당 바닥의 그림자와 함께
    조용한 결을 이루며 늘어져 있었다.

    잠시 쉬는 시간이 오면
    사람들은 줄 옆에 앉아
    바람의 흐름을 느끼거나
    짚가지 사이를 지나가는 작은 빛을 바라보곤 했다.
    마당의 어느 곳에도 급한 기운은 없었고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만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줄을 다 꼬아낸 뒤에는
    남은 짚을 다시 정리해
    작은 더미로 만들어 두었다.
    짚더미에서 올라오는 먼지 냄새는
    마당 특유의 정적과 잘 어울렸고
    손끝에 남아 있는 짚의 거친 감촉은
    오랜 풍경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마당 한쪽에 줄을 가지런히 놓아두면
    그곳은 금세 작은 작업장이 되었다.
    줄의 굵기와 길이를 다시 확인하고
    어디에 사용할지 이야기가 오갔다.
    지붕을 보수할 때 쓸 줄,
    농기구 손잡이를 묶을 줄,
    겨울나기용 짚신을 만들기 위한 줄 등
    줄 하나하나에는
    집안일과 들일을 위한 계획이 담겨 있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짚의 색도 조금 더 눅눅한 황금빛으로 바뀌었다.
    마당의 그림자는 길어졌고
    줄을 꼬던 자리에는
    작은 짚가루들이 남아
    하루의 흔적을 조용히 보여주었다.

    새끼줄을 꼬아 만들던 날은
    크고 특별한 행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하루는
    손끝의 움직임과 짚의 결,
    마당을 스치는 빛과 바람이 함께 모여
    작은 완성을 만들어내는 시간이었다.
    이 단순한 작업 속에는
    집을 지키고 계절을 건너기 위한
    생활의 지혜가 담겨 있었고
    그 풍경은 지금도 오래된 기억처럼
    조용히 머무르는 모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