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장터 나갈 날이 가까워지면
집 안의 공기는 조용히 긴장감을 품었다.
대문 앞까지 이어지는 흙길에도
어디선가 움직임이 스며 있었고
집안에서는 저녁이 되자
바구니를 꺼내 정리하는 준비가 자연스레 시작되었다.
해가 기울고 색이 조금 누그러진 시간,
바구니를 손보는 일은
하루의 끝과 다음 날의 시작을 잇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작은 창문으로 스며드는 저녁빛은
부엌 한쪽에 기대어 둔 바구니들을 부드럽게 비추었다.
햇볕 아래에서 오래 쓰인 바구니는
결이 곳곳에서 닳아 있었고
손잡이의 틈새는 시간이 쌓여 만들어낸 흔적을 품고 있었다.
바구니를 들어 올리면
대나무가 마른 소리를 내며 옅게 흔들렸다.
그 소리만으로도
다음 날 마주할 장터의 풍경이 떠올랐다.

바구니 손질은
먼저 표면을 가볍게 닦아내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바람과 먼지를 오래 맞은 결 사이에는
작은 흙가루가 숨어 있었고
천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면
바구니 특유의 결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 과정은 단순한 정리라기보다
도구에 쌓인 시간을 들여다보는 일에 가까웠다.
다음으로는
헐거워진 대나무 조각을 살짝 조여 주었다.
바구니의 형태를 유지해 주는 가느다란 줄기들은
해마다 계절이 바뀌면 조금씩 늘어나거나 느슨해져
꼼꼼히 손을 봐야 했다.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눌러 방향을 맞추고
구부러진 부분을 잡아 주면
바구니가 다시 본래의 힘을 되찾는 듯했다.
바구니를 손본다는 것은
장터에서 맡게 될 무게를 미리 준비시키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 안에 담길 채소나 곡식,
작은 생활 물품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쪽의 결을 다시 살피고
흠집이 난 부분에는
얇은 줄기를 덧대기도 했다.
이런 작업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정성 하나하나가 바구니의 내구력을 바꾸었다.
저녁 바람이 마루 끝을 스치기 시작하면
바구니 손질도 한층 차분한 분위기를 띠었다.
고요한 시간 속에서
대나무의 결이 하나씩 살아나는 것을 바라보면
손이 가는 움직임도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바구니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집안의 흐름을 함께 견뎌온 도구였기 때문에
그 결을 살피는 일에는
작은 애정이 담기지 않을 수 없었다.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바구니를 마루에 고르게 늘어놓고
내일 담아갈 물건을 떠올렸다.
그 상상만으로도
장터의 소리와 냄새가 눈앞에 그려졌다.
팔려 나갈 채소의 신선함,
교환될 작은 생활 도구들,
그리고 장터 사람들의 활기 있는 움직임이
저녁의 고요 속에 함께 떠올랐다.
잠시 쉬어가는 동안
마루 아래에서는
저녁 공기가 서늘하게 퍼졌다.
바구니 위로 내려앉은 부드러운 그늘은
하루의 마무리이자
다음 날을 준비하는 표식처럼 보였다.
이 공간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은 기대와 설렘이 담겨 있었다.
해가 거의 기울 무렵,
마지막으로 바구니의 손잡이를 한번 더 흔들어 보았다.
헐거운 느낌 없이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다면
그걸로 준비는 충분했다.
대나무가 건조한 소리를 내며
미묘하게 울리는 감촉은
바구니의 결이 다시 단정해졌다는 신호였다.
바구니를 안채 안쪽으로 들여놓고 나서야
저녁의 정적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
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울타리 너머를 바라보면
희미한 빛이 땅에 남아
하루가 끝나고 있음을 조용히 알려주었다.
그 속에서 바구니의 존재는
보잘것없어 보이면서도
생활의 큰 부분을 이루는 도구처럼 느껴졌다.
장터 나갈 준비로
저녁마다 바구니를 손보던 풍경은
이제는 잘 볼 수 없는 장면이지만
그 속에는 생활의 리듬과
작은 노동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도구를 정리하는 마음,
바람과 빛을 살피며 손끝을 움직이던 감각,
그리고 장터로 향하는 기대까지
모두 이 조용한 저녁 풍경 안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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