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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이 아직 고요한 새벽이면
마당은 누구보다 먼저 하루를 맞이했다.
기척이 거의 없는 시간대였지만
공기 속에는 밤과 아침이 섞여 있는 듯한
묘한 온기와 차가움이 함께 머물러 있었다.
새벽 공기는 깊게 들이마시면
온몸이 조금씩 깨어나는 느낌을 주었고,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기운이
잠깐 머물렀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마당의 흙은 밤새 식었다가
새벽 첫 기운을 머금으며
차갑고 부드러운 결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마당 위로 희미한 빛이 번지기 시작하면
어둠 속에서 나무 기둥과 담장,
그리고 작은 기물들의 형태가 천천히 드러났다.
그 빛의 흐름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순간,
마당은 하루의 첫 장면을 준비하는 공간이 되었다.

새벽 공기 스며든 마당에서 발걸음을 고르던 시간
이 시간은 누군가를 깨우려는 움직임도 없고
서두를 이유도 없는 고요한 틈이었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흙이 살짝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주변의 정적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 작았다.
오히려 그 소리는
내가 마당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더 분명하게 만들어주었다.
마당 한가운데 서서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면
밤새 머물렀던 공기와
막 들어온 새벽 기운이 교차되는 순간이 느껴졌다.
그 사이에서 발끝은 흙의 차가움을,
손끝은 공기 속 차분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마당에 오래 서 있을수록
겨울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
새벽만의 중간 온도가 몸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이 시간에 마당을 걷는 이유는
단순한 산책이나 움직임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하루가 시작되기 전
잠깐이라도 자기 마음의 속도를 확인하는
은근한 의식 같은 것이었다.
발 뒤꿈치로 흙을 살짝 누르며 걷다 보면
머릿속의 생각들도 천천히 정리가 되어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담장 너머에서
털을 일으키는 작은 새소리가 들릴 때면
어둠이 거의 걷힌 신호였다.
마당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가
조금 더 또렷해지고
기둥 아래 놓인 도구들의 형태도
천천히 깊이를 더했다.
이 작은 변화는
누군가 반드시 눈여겨보지 않아도
매일 같은 자리에서 반복되며
마당을 마당답게 만들어주는 과정이었다.
발걸음을 고르게 옮기다 보면
발바닥 아래의 흙이 가진 단단함과
어떤 부분은 부드럽게 내려앉은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제와 같은 흙이지만
새벽빛이 스며든 지금은
전혀 다른 결을 가진 풍경처럼 느껴졌다.
이런 작은 차이를 알아차리는 일 자체가
마당을 걷는 가장 큰 의미일지도 몰랐다.
기와지붕 끝에서는
지난밤에 내린 이슬이 조금씩 떨어졌다.
나무 기둥에 닿는 소리는
작지만 분명하게 들렸고
이 소리들은 새벽 마당에서만 들을 수 있는
아주 얇은 리듬 같은 것이었다.
그 리듬을 따라 걸음을 멈추었다가
다시 내디디는 동안
마당의 시간도 함께 움직였다.
새벽이 깊어지고
하늘이 완전히 밝아지기 직전이면
마당의 색도 달라졌다.
한때는 어두워 보이던 흙이
좀 더 온기를 가진 색으로 변하고
나무의 결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때쯤이면
집 안에서 누군가 기지개를 켜는 소리나
작은 기척이 들릴 때도 있었고
그 소리가 들리면
마당에서의 고요한 시간은
자연스럽게 마무리되었다.
마지막으로 깊게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발끝으로 흙을 다독이듯 눌러보면
짧은 새벽 시간 동안 머물렀던
차분함이 몸 속에 남아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마당을 떠나는 발걸음은
처음과는 조금 다른 속도를 가지고 있었고
그 차이는 새벽이 준 가장 조용한 선물처럼 느껴졌다.
새벽 공기 스며든 마당에서의 이 시간은
크게 기록될 일은 아니지만
하루를 맞이하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작은 의식이었다.
밤과 아침 사이의 짧은 틈에
마당은 누구보다 먼저 깨어
사람에게 필요한 고요함을 건네주었다.
그 고요함은 그날 하루의 흐름을
가볍게 잡아주는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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