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봄이 들판에 스며들기 시작하면
산기슭의 공기는 겨울과 전혀 다른 결을 보여주었다.
바람은 부드러워졌고, 흙 냄새는 촉촉하게 퍼졌다.
산나물이 돋아나는 계절이 시작되면
작은 풀잎 하나에도 봄의 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산자락을 따라 나 있는 길은
눈에 띄는 큰 변화 없이 조용했지만
그 아래 숨어 있는 새싹들은
햇빛을 받으며 조금씩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떤 잎은 아직 작고 말려 있었고,
어떤 잎은 이미 넓게 펼치며
봄의 시간을 온전히 맞이하고 있었다.

산나물을 함께 모으는 날은
걸음 하나에도 설렘이 느껴졌다.
풀잎 사이에 손을 살짝 넣으면
산바람이 지나간 길이 손끝에서 느껴졌고,
작은 잎 하나가 새로운 계절을 보여주는 듯했다.
산중턱까지 올라가는 동안
흙과 풀잎의 냄새는 더 깊어졌고
햇빛은 나무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산나물들은 저마다 다른 향과 결을 가지고 있었다.
향이 진한 것, 촉감이 부드러운 것,
줄기가 힘 있게 뻗은 것,
입 안에서 향이 오래 남는 것까지
각기 다른 특징을 품고 있었다.
손으로 살짝 당기면
흙 속에 깊이 박혀 있던 뿌리가 조용히 빠져나왔고
그 순간 흙 냄새가 공기와 섞여 올라왔다.
산나물을 모으는 과정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이어졌다.
풀잎 하나하나를 살피며
어떤 것은 그대로 두고
어떤 것은 한 줌 정도만 채취했다.
이 과정은 욕심을 내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맞춰 움직이는
오래된 방식이었다.
나물을 모아 작은 바구니에 담으면
햇빛 아래에서 잎들이 은은하게 반짝였다.
바구니 속에는 초록빛이 가득했고,
그 초록빛은 흙과 나무 냄새와 함께
봄의 느낌을 한층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바람이 살짝 불어오면
잎들이 가볍게 흔들렸고
그 부드러운 흔들림이
바구니 전체를 봄의 조각처럼 보이게 했다.
산나물을 나누던 자리는
산 중턱이나 넓은 바위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바구니에 담긴 나물을 펼쳐 놓으면
색, 향, 질감이 모두 달라
봄의 작은 축제처럼 보였다.
산에서 내려온 바람은
그 나물들 위로 천천히 지나갔고
햇빛은 그 위에 고요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산나물을 나누는 일에는
규칙이나 순서가 필요 없었다.
한 사람이 가져온 나물은
다른 사람의 바구니로 자연스럽게 옮겨갔고,
그 흐름은 서로의 손끝에서 이어지며
조용한 균형을 만들었다.
봄의 산자락에서 이루어지는 이 품앗이는
소리 없이 흘렀지만
계절의 온기를 가득 품고 있었다.
나물을 나누고 난 뒤
남은 바구니를 들고 산길을 내려오면
햇빛은 조금 더 높이 올라와 있었다.
산길 양옆의 나뭇가지에서는
새싹이 막 돋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작은 꽃들이 피어나는 모습도 보였다.
봄의 기운은 어디에나 있었고
그 속에서 산나물을 함께 나누던 시간은
한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봄 산나물을 함께 나누던 날은
단순한 채취가 아니라
계절을 받아들이고 자연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일처럼 보였다.
바람, 흙, 풀잎, 햇빛이 모두 모여
봄의 풍경을 완성했고
그 속에서 조용히 나누던 작은 바구니 하나가
계절의 의미를 다시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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