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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솥에서 메주 삶던 겨울 풍경

📑 목차

    메주는 된장과 간장을 만들기 위해 겨울에 한 번 더 삶아내는 중요한 과정이 있었다.

    겨울이 깊어지면 마당 한쪽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자리 잡았다.
    찬바람이 불어도 솥이 놓인 자리만큼은 늘 따뜻한 기운이 머물렀다.
    메주를 삶는 날은 이른 아침부터 준비가 시작되었고,
    겨울 공기 속에 퍼지는 고소한 향은
    마당 전체를 조용히 채워갔다.

    가마솥 아래 불을 지피는 일은
    겨울아침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였다.
    불을 붙이기 전에는 바람의 방향을 보고
    장작을 어떻게 쌓을지 살폈다.
    바람이 너무 세면 불이 쉽게 꺼지고,
    너무 약하면 온도를 맞추기 어려웠다.
    적당한 틈을 남긴 장작더미에 불씨가 닿는 순간
    작은 불꽃이 천천히 살아났다.

    큰 솥에서 메주 삶던 겨울 풍경

    가마솥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솥 안의 물은 점점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물결이 작게 흔들리다가
    서서히 거품이 올라오는 순간
    겨울의 찬 공기와 뜨거운 김이 뒤섞이며
    고요한 풍경을 만들었다.
    솥뚜껑을 살짝 들면
    수증기가 흩어지며 메주 특유의 깊은 향이 퍼졌다.

    메주는 오래 말린 뒤
    가마솥에서 한 번 더 삶아내며
    된장과 간장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를 밟았다.
    단단한 메주덩이가 뜨거운 물속에서 풀어지듯 움직이면
    솥 안의 물빛이 천천히 변해갔다.
    고소하면서도 묵직한 향이 올라왔고
    그 향은 마당 밖까지 퍼져
    겨울의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가마솥 주위에는 김이 흘러
    하얀 안개처럼 보이기도 했다.
    찬 바람이 불면 김은 금세 흩어지지만
    그 속에 담긴 향은 오래 남았다.
    솥에서 퍼져 나오는 김은
    겨울 공기와 만나 미세하게 떨렸고
    그 떨림 속에서
    메주 삶는 겨울 풍경이 더 깊게 느껴졌다.

    메주를 삶는 동안
    가마솥 아래 장작은 일정한 리듬으로 타올랐다.
    장작이 타면서 나는 작은 소리는
    겨울의 조용한 공기 속에 섞여
    마당에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장작을 더 넣을 때마다
    불꽃이 힘을 얻고
    솥 안의 물결은 조금 더 크게 움직였다.

    한참 동안 메주를 삶은 뒤
    솥뚜껑을 여는 순간은
    가장 따뜻한 장면이었다.
    솥 안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김이
    얼굴 가까이까지 퍼지며
    겨울의 차가움에서 벗어난 느낌을 주었다.
    메주가 알맞게 삶아지면
    국자로 건져 큰 체에 놓고
    수분을 천천히 빼기 시작했다.
    체 위에서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들은
    겨울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메주 삶기가 끝나면
    가마솥 아래의 불길은 점점 잦아들었다.
    남아 있는 불씨는
    겨울 저녁까지 은근한 온기를 유지했고,
    그 온기는 마당 한가운데 작은 난로처럼 느껴졌다.
    솥은 느리게 식어갔고
    겨울 공기 속에서도
    따뜻함이 오래 머물렀다.

    삶아 나온 메주는
    추운 겨울을 지나며 발효되어
    된장과 간장으로 변할 준비를 갖추게 된다.
    겨울의 차가움과 가마솥의 뜨거움이 만나
    오래된 방식의 깊은 맛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은 복잡한 설명 없이도
    겨울마다 자연스럽게 이어져 내려왔다.

    큰 솥에서 메주를 삶던 겨울 풍경은
    삶의 질서처럼 느껴졌다.
    김이 피어오르고 장작이 타오르는 과정 속에서
    겨울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마당에 퍼지는 향과 따뜻한 공기,
    그리고 솥 주변의 조용한 움직임은
    겨울이 가진 단단한 온기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