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들판에 아침 햇빛이 스며들기 시작하면
바람은 차갑지만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 바람 속에서
새참을 나르는 아이의 하루도 천천히 시작되었다.
마을 어른들이 논과 밭에서 일을 하는 날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새참을 챙기는 일을 맡곤 했다.
새참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일터에 온기를 전해주는 작은 마음이었다.
아침부터 부엌에서는
따뜻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졌다.
갓 지은 밥, 고소한 나물,
부드러운 김과 된장의 향이
부엌 한가득 번졌다.
아이의 손에는
작은 보자기와 바구니가 들려 있었고
그 안에 정성스럽게 담긴 음식들은
들판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 발걸음이 들판으로 이어지면
바람과 흙냄새가 한층 더 가까이 느껴졌다.
길을 따라 걷는 동안
햇빛은 조금씩 높아지고
들판의 소리도 점점 커졌다.
바람에 흔들리는 볏짚,
땅 속에서 올라오는 습기,
그리고 들판을 가르는 새소리까지.
아이의 손에 들린 바구니는
들판의 움직임과 함께
살짝 흔들렸다.
새참은 보통
바람이 깨끗하게 흐르고
햇빛이 따뜻하게 떨어지는 자리에서 나누어졌다.
아이의 발걸음이 가까워지면
일하던 어른들은
잠시 일을 멈추고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작은 그림자가 논둑에 비치면
그것만으로도 들판의 공기는
훨씬 밝아진 듯했다.
바구니를 내려놓는 순간
따뜻한 음식 냄새가 들판에 퍼졌다.
바람이 그 향을 옮기면
겨울과 봄 사이의 부드러운 기운처럼 느껴졌다.
보자기를 풀어 펼친 음식들은
아침 햇빛 아래에서 한층 더 선명해 보였다.
부드러운 밥알,
윤기나는 나물,
달큰한 김치의 빛깔까지
그 자체로 들판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고생했다며
작은 미소를 건넸다.
그 미소는 큰 말 없이도
아이에게 힘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이도 밥 한 숟가락을 받아 들었고
그 따뜻함은 들판의 차가움을 금세 잊게 해주었다.
새참은 몸도 쉬게 하고
마음도 잠시 편안하게 만들었다.
잠깐의 식사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일을 이어가는 들판에
리듬이 되돌아왔다.
장정들이 낫을 움직이는 소리,
흙이 뒤집히는 소리,
바람이 볏짚을 스치는 소리 등
모든 움직임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아이의 자리는
그 흐름 속에서 조용히 가라앉았다.
새참 바구니를 비운 뒤
아이의 발걸음은 다시 마을로 향했다.
들판에 남아 있는 어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
작업과 계절이 서로 맞물려 흐르는 모습이 보였다.
걷는 동안
아이의 손끝에는 아직도 따뜻함이 남아 있었다.
그 따뜻함은
전달한 음식만큼이나 소중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마을에 돌아와
빈 바구니를 씻어 놓으면
새참을 나르는 하루가 자연스럽게 마무리되었다.
작은 손으로 들고 걷고 건네고 돌아오는 과정은
아이에게 하나의 책임이자
계절 속에서 배워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들판에서 새참을 나르던 하루는
큰 일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마을의 흐름을 잇는 작은 역할이었다.
따뜻한 음식과 함께 전해지는 마음,
바람에 실린 향기,
들판의 공기 속에서 웃던 얼굴까지
모든 순간이 계절의 풍경으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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