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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에 새 지붕 올리는 날

📑 목차

    초가삼간에 새로운 지붕이 얹히는 날이면 마을의 공기는 평소와 다른 긴장감과 차분함을 함께 품고 있었다.
    삼간 구조의 초가집은 오래된 기술과 오랜 시간의 손길이 쌓여 만들어진 공간이었고, 지붕의 마지막 마루대가 올라가는 상량식은 그 모든 과정의 마무리를 알리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지붕을 떠받치는 나무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해가 높이 떠 있을 때 나무의 결을 따라 빛이 스며들었고, 지붕 아래의 공간에는 나무가 품고 있는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나무 겉면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 움직임은 지붕에 올라갈 마지막 대들보를 맞이하는 준비처럼 느껴졌다.

    초가집에 새 지붕 올리는 날

     

    상량대가 지붕으로 천천히 올려지면
    초가삼간 전체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달라졌다.
    나무는 무겁지 않은 듯 올라갔고, 지붕의 중심에 자리 잡으며 집의 형태를 완전히 드러냈다.
    대들보가 정확한 자리에 놓인 순간, 나무끼리 맞닿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공간 전체에 잔잔하게 울렸다.
    그 울림은 지붕이 이제 완성되기 시작한다는 신호처럼 들렸다.

    대들보 위로 햇빛이 비스듬히 떨어지면
    나무 표면의 결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오래 말린 목재 특유의 색이 빛을 받으며 깊이를 더했고, 그 위에 곧 얹힐 초가지붕을 미리 떠올리게 하는 고요한 느낌이 있었다.
    초가삼간의 상량식은 이런 순간들의 조용한 이어짐이었다.

    상량식에 쓰이는 나무는
    오랜 시간 건조시키고 간직해 온 재료였다.
    그 결은 촘촘했고, 손으로 만지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만큼 수분과 바람을 충분히 견뎌낸 상태였다.
    이 나무는 앞으로 계절의 변화, 바람, 비, 눈을 모두 버티며 집의 중심을 지켜낼 존재였다.

    지붕 아래를 둘러보면
    삼간 구조의 특유한 안정감이 전해졌다.
    양쪽으로 길게 뻗은 기둥과 가운데를 받치는 중심 기둥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고,
    그 아래의 바닥은 햇빛이 닿을 때마다 색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초가삼간은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지붕이 완성되어 갈수록 공간 전체가 묘한 품을 가진 듯한 느낌을 주었다.

    대들보가 얹힌 뒤,
    그 위로 올릴 부재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 갔다.
    나무가 만나고, 묶이고, 고정되는 동작은 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무게감이 뚜렷했다.
    바람이 지나가며 나무 사이를 스칠 때면
    미세한 울림이 생겼고, 그 울림은 상량식 전체의 분위기를 더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지붕의 틀을 따라 볏짚이 올라가는 단계는
    초가삼간이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볏짚은 긴 결을 따라 가지런히 놓였고,
    겹겹이 쌓이면서 지붕은 한층 부드러운 곡선을 드러냈다.
    바람이 불면 볏짚 끝이 살짝 흔들렸고, 그 움직임은 초가의 질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은 장면이었다.

    볏짚이 모두 올라가면
    지붕은 가벼운 그림자를 만들며 집을 감싸기 시작했다.
    지붕 아래 공간은 바람을 받아 시원함을 유지했고,
    볏짚 틈 사이로 들어오는 작은 빛은 오후의 시간을 한층 더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초가삼간의 지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계절을 품고 들판의 공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공간이었다.

    해가 조금씩 내려앉기 시작하면
    상량식의 분위기도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빛이 대들보 위를 천천히 스쳤고,
    지붕의 음영이 길어지면서 삼간 구조의 아름다움이 한층 더 도드라졌다.
    대들보의 그림자는 바닥에 길게 드리워졌고,
    지붕 끝의 볏짚은 빛을 품으며 고요하게 흔들렸다.

    초가삼간의 상량식은
    크고 요란한 행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무가 자리 잡고 볏짚이 얹히는 순간마다
    집의 형태가 완성되어 가는 흐름은
    오래된 방식이 가진 깊은 울림을 담고 있었다.
    지붕의 무게와 바람의 움직임이 균형을 이루는 이 과정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축의 한 장면이었다.

    상량대가 자리 잡고 볏짚이 내려앉은 뒤,
    초가삼간은 비로소 하나의 공간이 되었다.
    그 공간은 계절의 흐름을 담아내며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초가삼간 상량식은
    집이 숨을 쉬기 시작하는 순간을 조용하게 알려주는 의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