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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단 사이에 만든 아이들 숨터, 가을 들판의 작은 아지트 가을이 끝나고 들판에 볏단이 모이기 시작하면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공간이 생겨났다.수확을 마친 논에는 볏단이 가지런히 세워졌고,그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며짚 특유의 따뜻한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그 향과 볏단의 결은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작은 놀이터를 열어주는 신호였다.볏단은 일정한 간격으로 묶여 있었고햇빛을 받으면 황금빛에 가까운 색을 띠었다.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만져보면짚의 건조한 감촉이 손끝에 느껴졌다.겨울을 앞둔 들판은 차가웠지만볏단 사이에서만큼은부드러운 온도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아이들은 볏단 사이의 좁은 틈을 발견하면그곳을 작은 방처럼 꾸미기 시작했다.볏단이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에틈 사이에 들어서면외부보다 훨씬 따뜻하게 느껴졌다.짚냄새가 가까이에서 더 진하게 풍겨왔고그 냄새는 들판에서만 맡을 수 있는..
겨울 농한기 마을에서 이어진 굿놀이 겨울 농한기 마을에서 이어진 굿놀이는, 한 해의 평안을 기원하고 공동체의 마음을 모으던 전통적인 겨울 풍습이었다.겨울 농한기가 찾아오면들판의 일은 잠시 멈추고마을은 조용한 숨을 고르는 시간에 들어갔다.하지만 이 고요함 속에서도특별한 날이 되면 마을 한가운데에는굿놀이의 북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일이 줄어드는 겨울철,굿놀이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작은 의식이자사람들의 마음을 묶어주는 시간이었다.찬바람이 불어도굿놀이가 열리는 날이면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북과 징이 준비된 자리에는겨울 햇빛이 부드럽게 내려앉았고,막 모아 온 장작더미에서는나무 향이 은근하게 피어올랐다.추운 계절이지만이날만큼은 마당의 공기가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굿놀이의 첫 소리가 울리는 순간마을 분위기는 단번에 달라졌다.북의 둔탁한..
밤하늘 바라보며 점을 치던 놀이 달점놀이는 겨울 농한기 밤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의 흐름을 읽던 전통적인 마을 놀이였다.겨울밤이 깊어지면하늘은 유난히 선명해졌다.찬바람이 공기를 맑게 만들어별빛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보였고,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그 작은 점들은오래전부터 밤을 읽는 신호처럼 여겨졌다.달점놀이는 그 맑은 하늘 아래에서조용히 이어져 온 겨울밤의 놀이였다.달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날이면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마당이나 들판으로 모였다.밤공기는 차가웠지만하늘을 바라보는 동안차가움은 금세 잊혔다.달빛이 들판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으면땅의 그림자는 길게 드리워졌고그 아래에서 달점놀이는 시작되었다.달점놀이는달의 모양과 밝기,구름이 지나가는 속도,별이 반짝이는 정도 등을 보며하루의 흐름이나 계절의 기운을 읽어보는 작은 놀이였다.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은..
겨울에 손님 맞이하던 따뜻한 다과상 풍경 겨울철에는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작은 다과상을 내어놓는 풍습이 오래도록 이어져 왔다.겨울이 깊어지면 마을의 바람은 차갑게 식었지만집 안으로 들어오면 전혀 다른 온기가 있었다.특히 손님을 맞이하는 날이면부엌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따뜻한 냄새가 퍼졌고,방 안은 다과상을 준비하는 정성으로조용하게 바빠졌다.겨울철 다과상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집안을 채우는 온기의 한 부분이었다.언 손끝을 문지르며부엌으로 들어서면솥 위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갓 데운 차의 향기는문틈까지 퍼져집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줬다.차를 우리기 위한 물소리는겨울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부드럽게 울렸고,그 소리는 다과상을 준비하는 리듬처럼 이어졌다.다과상 위에 놓일 음식들은모양이 크지 않으면서도정성이 느껴지는 것들이었다.따뜻..
들판에서 새참 나르던 아이의 하루 들판에 아침 햇빛이 스며들기 시작하면바람은 차갑지만 부드럽게 움직였다.그 바람 속에서새참을 나르는 아이의 하루도 천천히 시작되었다.마을 어른들이 논과 밭에서 일을 하는 날이면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새참을 챙기는 일을 맡곤 했다.새참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일터에 온기를 전해주는 작은 마음이었다.아침부터 부엌에서는따뜻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졌다.갓 지은 밥, 고소한 나물,부드러운 김과 된장의 향이부엌 한가득 번졌다.아이의 손에는작은 보자기와 바구니가 들려 있었고그 안에 정성스럽게 담긴 음식들은들판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아이 발걸음이 들판으로 이어지면바람과 흙냄새가 한층 더 가까이 느껴졌다.길을 따라 걷는 동안햇빛은 조금씩 높아지고들판의 소리도 점점 커졌다.바람에 흔들리는 볏짚,땅 속에서 올라오는 습기,그리..
겨울밤 아이들이 즐기던 불빛 놀이 불빛놀이는 겨울밤에 아이들이 자연의 빛과 불씨를 이용해 즐기던 전통적인 놀이였다.겨울밤이 깊어지면 마을의 공기는 더 맑아지고 차가워졌다.별빛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날이면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마당과 들녘으로 모였다.불빛을 가지고 노는 시간은겨울밤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다.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움직이면그 자체로 밤을 밝히는 작은 축제처럼 보였다.밤공기는 손끝이 얼 만큼 차가웠지만아이들이 모이는 자리만큼은웃음과 움직임으로 금세 따뜻해졌다.한쪽에서는 마른 풀잎이나 얇은 나뭇가지를 모았고다른 쪽에서는 불씨를 조심히 붙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겨울밤의 고요함 속에서작은 준비 과정조차 들려오는 소리 없이 이어졌다. 불씨가 붙는 순간밤공기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바뀌었다.작은 불꽃이 풀잎 끝에서 일어나면아..
천 물들이던 마을 작업날 봄철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천을 물들이는 공동 작업을 하는 풍습이 있었다.봄기운이 마을에 천천히 스며들면집집마다 보관해 두었던 헌 천과 새 천을 꺼내는 시기가 찾아왔다.햇빛이 따뜻해지고 바람이 촉촉해지는 이 계절은염색하기 좋은 날씨를 만드는 때였다.그래서 마을에서는 자연스럽게 작업날이 잡혔다.크게 알리지 않아도사람들은 이 시기를 알았고천을 물들이는 일은 오래 이어진 공동 작업처럼 흘러갔다.마당 한쪽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자리 잡았다.솥 안에는 물이 담겨 있었고밑에서는 장작이 타오르며 열기를 올렸다.겨울 동안 말려 두었던 쪽잎이나 감물 재료는솥 근처에서 준비되어 있었다.햇빛 아래 펼쳐진 재료들은색을 내기 위한 자연의 원료였고각기 다른 빛과 향을 가지고 있었다.천을 물들이는 준비는먼저 천을 깨끗이 씻어내는 ..
방앗간에서 떡 만들던 하루 겨울철에는 방앗간에서 떡을 찧어 나누던 마을 풍습이 이어졌고, 이 날은 항상 특별한 하루였다.겨울 아침의 방앗간은 늘 일정한 소리를 품고 있었다.뻑뻑한 공기 속에 퍼지는 곡물 냄새와기계가 움직이는 둔탁한 울림이하루의 시작을 천천히 알렸다.방앗간 앞에는 갓 씻어 온 쌀가마니가 놓여 있었고찬바람 속에서도 그 하얀 색은 선명하게 빛났다.방앗간 안으로 들어가면김이 오르는 따뜻한 공기가 가장 먼저 느껴졌다.겨울임에도 안쪽은 온기가 가득했고바닥은 오래된 나무처럼 묵직한 느낌을 주었다.스며드는 곡물 냄새는방 안 전체를 채우며떡을 만들 준비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떡을 만들기 위한 첫 과정은불린 쌀을 방앗간의 통으로 옮기는 일이었다.촉촉하게 젖은 쌀알은손가락 사이에서 부드럽게 흘렀고통 안으로 떨어지며 작은 소리를..
큰 솥에서 메주 삶던 겨울 풍경 메주는 된장과 간장을 만들기 위해 겨울에 한 번 더 삶아내는 중요한 과정이 있었다.겨울이 깊어지면 마당 한쪽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자리 잡았다.찬바람이 불어도 솥이 놓인 자리만큼은 늘 따뜻한 기운이 머물렀다.메주를 삶는 날은 이른 아침부터 준비가 시작되었고,겨울 공기 속에 퍼지는 고소한 향은마당 전체를 조용히 채워갔다.가마솥 아래 불을 지피는 일은겨울아침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였다.불을 붙이기 전에는 바람의 방향을 보고장작을 어떻게 쌓을지 살폈다.바람이 너무 세면 불이 쉽게 꺼지고,너무 약하면 온도를 맞추기 어려웠다.적당한 틈을 남긴 장작더미에 불씨가 닿는 순간작은 불꽃이 천천히 살아났다.가마솥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솥 안의 물은 점점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물결이 작게 흔들리다가서서히 거품이 올라오는 순간겨..
봄 산나물 함께 나누던 날 봄이 들판에 스며들기 시작하면산기슭의 공기는 겨울과 전혀 다른 결을 보여주었다.바람은 부드러워졌고, 흙 냄새는 촉촉하게 퍼졌다.산나물이 돋아나는 계절이 시작되면작은 풀잎 하나에도 봄의 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산자락을 따라 나 있는 길은눈에 띄는 큰 변화 없이 조용했지만그 아래 숨어 있는 새싹들은햇빛을 받으며 조금씩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어떤 잎은 아직 작고 말려 있었고,어떤 잎은 이미 넓게 펼치며봄의 시간을 온전히 맞이하고 있었다.산나물을 함께 모으는 날은걸음 하나에도 설렘이 느껴졌다.풀잎 사이에 손을 살짝 넣으면산바람이 지나간 길이 손끝에서 느껴졌고,작은 잎 하나가 새로운 계절을 보여주는 듯했다.산중턱까지 올라가는 동안흙과 풀잎의 냄새는 더 깊어졌고햇빛은 나무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산나물들..